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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한 대
윤동주(1917~1945)
1934년 12월 24일
(첫 번째 원고노트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 아닌 시> 중에서)
초 한 대....
내 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光明)의 제단(祭壇)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祭物)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리고도 그의 생명(生命)인 심지(心志)까지
백옥(白玉)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 살라버린다.
그리고도 책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가듯이
암흑(暗黑)이 창구멍으로 도망간
나의 방에 풍긴
제물(暗黑)의 위대(偉大)한 향(香)내를 맛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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