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詩] 구상 - 말씀의 실상

by 날기새 2022. 10. 1.
반응형

 

 

말씀의 실상 (實相)

 

구상(1919-2004)

 


영혼의 눈에 끼었던
무명(無明)의 백태가 벗겨지며
나를 에워싼 만유일체(萬有一切)가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노상 무심히 보아오던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이적(異蹟)이나 접하듯
새삼 놀라웁고

창밖 울타리 한 구석
새로 피는 개나리 꽃도
부활(復活)의 시범(示範)을 보듯
사뭇 황홀합니다.

창창(蒼蒼)한 우주(宇宙), 허막(虛莫)의 바다에
모래알보다 작은 내가
말씀의 신령한 그 은혜로
이렇게 오물거리고 있음을
상상도 아니요,
상징(象徵)도 아닌
실상(實相)으로 깨닫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