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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신앙

한국 기독교에게 윤석열 당선이 갖는 의미

by 날기새 202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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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전 성공회대 교수

아래는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선거 당선 직후 김민웅 전 성공회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옹호해왔던 이 분의 입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한국 기독교에 있어 갖는 의미를 정확하게 짚었다고 생각되어 옮겨 봅니다.

 


 

1. 한국교회에는 예수가 없다. 예수께서 고대 이스라엘의 회당을 가리켜 회칠로 자신을 감춘 위선이라며 “회칠한 무덤”이라고 한 말씀 대로다. 이들은 생명이 아니라 죽음의 신을 모시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또한 예수님의 말씀처럼 모두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다. 교회를 지배하는 교권주의자들이 제 배를 불리는 일에 진력해온지 오래다. 그러니 이들은 특권동맹세력과 한 패거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사람들을 핍박한다. 

 

父子간 교회 세습에 성공한 명성교회


2. 한국교회의 강단에는 성서가 없다. 자기 주장만 있을 뿐이며 심오한 성서읽기와 해석이 아니라 세뇌공작만 판을 치고 있다. 극우정치교육을 매주 벌이고 있다. 멀쩡한 사람들도 교회 잘못 다니다가 바보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모두 이런 탓이다. 한국교회는 본질적으로 배교자(背敎者)들이다. 신천지 운운 할 자격이 없다.


3. 그럼에도 교주를 정점으로 하는 교권주의 집단 신천지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았다. 이들 한국교회가 신천지와 싸우는 경우는 교인 시장점유문제로 다툴 때 뿐이다. 이단 시비는 교권주의가 지배하는 시장독점을 침해하는 자들에 대한 낙인이 되고 있을 뿐이다. 신천지의 정치난입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고, 이들 신천지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질타해야 했다. 그러나 함께 놀았다. 그들 자신이 신천지가 되고 말았다.

 

신천지 교육 수료식


4. 주술정치에 이르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주술과 권력이 하나가 되자 입을 다문다. 그건 개인의 영역 운운하면서 주술정치의 폐해를 누가 가장 크게 입을지 아무 염려가 없는 기이한 집단이 되어버렸다. 교회가 이미 주술집단이기 때문이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기복(祈福)신앙과 주술의 원리는 다르지 않다.


5. 한국교회는 제사장과 선지자의 역할 모두 저버렸다. 권력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며 이들의 영혼을 지키는 제사장도 하지 않으며 그런 고통의 원인을 가져오는 세력을 질타하는 선지자의 역할도 애초부터 하려 들지 않는다. 권력에 아부하고 가난한 이들을 멸시하며 이들과 함께 하는 예수의 제자들을 멸시하고 핍박한다. 교회는 평화와 생명의 십자가는 없고 전쟁의 선봉 십자군만 있다는 말이 옳다.   


6.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털어먹고 부자들과 친구다.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헌금을 넣는 걸 보시고 예수께서 저이는 적은 돈이나 자기 재산 모두를 넣었다고 말씀하셨다. 이걸 가지고 한국교회는 가난한 과부도 자기 전재산을 헌금한다고 선전하며 헌금을 내라고 꾀여댄다. 그런데 성서는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촌놈들인 제자들이 그 으리으리한 성전을 보고 감탄하자 예수께서는 돌 하나에 돌도 남지 않고 무너지리라 하신다. 저 자들은 하루살이는 거르고 과부의 재산은 꿀꺽해서 탕진한다고 매섭게 질타하셨다. 가난한 과부는 구휼의 대상이지 헌금의 의무를 지나지 않았다. 그 웅장한 성전은 과부의 피를 빨아 지은 것이니 돌 하나에 돌도 남지 않는다고 하셨고, 과부의 절박한 마음 또한 살피신 것이다.

 


7. 작고 따뜻한 교회를 찾아나서야 한다. 정신 똑바로 박힌 교회들이 있다. 아무 교회나 가지 말고 교회 가지 말라는 운동을 펼쳐야 할 판이다. 하나님은 도리어 교회 밖에 계시다. 길 거리에 계시고 지하실에 계시고 가난한 곳에 계신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핍박받는 이들과 함께 하신다. 그런 일을 하는 교회가 진짜 교회다. 목자 잃고 헤매는 양들을 지키는 교회가 진짜 교회다. 맛을 잃은 소금을 음식에 뿌리는 사람은 없다. 빛을 잃은 등불로 책을 읽는 이 또한 없다. 돌 하나에 돌도 남지 않게 된 자리에 진정한 영혼과 역사의 사원을 지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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