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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신앙

은퇴목사의 유튜브 설교가 교회 쇠퇴의 원흉인가?

by 날기새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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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옥성득 교수가 지난 3월 31일, "은퇴 목사들은 한국 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젊은 목사들의 생계를 위해서 유튜브 설교를 하지 말아야 된다"주장을 했습니다.

 

저는 그 글이 김동호 목사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동호 목사는 유튜브 새벽기도 설교로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은퇴 목사이며, 옥성득 교수가 글 중간에 "교회 분립도 중요하지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필자 주 : 옥성득 교수는 김동호 목사를 염두에 둔 글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이 글 맨 아래 참고)

 

젊은 목사의 생계를 위해서 은퇴목사가 유튜브로 설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이 되시나요? 옥성득 교수가 원하는 것이 마치 '설교와 활동 분량의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로 들리는데, 이런 사회주의가 젊은 목사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 대책일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문제는 신학 자체의 문제와 대형 교회의 문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기복주의에 바탕을 둔 목사들의 왜곡된 메시지와 신도들의 니즈를 말하며, 후자는 철저하게 무제한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대형 교회의 행태를 말합니다. 아래에서는 후자에 대해서만 설명하겠습니다.

 

무제한 자본주의란, 노력 또는 운(運)으로 '자본'을 소유하게 된 자들이 그렇지 못 한 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Winner takes it all!)" 

 

그들의 주장에 따라 도대체 어디까지 가져야 한다는 건지는 리오 휴버만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934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9가구 가운데 96가구에서 16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일하고 있었으며…(중략)… 이 어린이들의 절반이 12세 미만이었다. 그중 34명은 8세 이하였고, 12명은 5세 미만이었다. 심지어 2~4세의 어린이 4명도 노동자 통계에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분의 자녀 중에 4살배기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상상이 되시나요? 무제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대가는 이 정도였습니다.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현재도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대가를 가져간다는 것은 여전히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2021년 취임한 팻 겔싱어 인텔 신임 CEO는 640만달러(약 71억원)의 연봉을 받습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2020년 1470만달러(163억원)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한 일의 가치가 정말 그들의 연봉에 비례하는 것일까요?

 

미국의 경우 350위까지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평균 급여 대비 CEO의 급여 수준을 조사한 결과, 1965년에는 직원 평균 급여의 20배를 받았으나 2014년에는 300배가 넘는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무제한 자본주의가 말하는 Winner takes it all 입니다.

 

교회는 무제한 자본주의보다 더 나쁜 형편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담임목사가 누리는 혜택에 비해 부목사에게는 터무니없이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이용하여 그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인간을 사유화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광진교회 민경설 목사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광진교회 민경설 목사

■ 약력 1951년생 1984년 3월 15일, 전도사 신분으로 신도 2명과 함께 광진교회 개척 (예장통합 부총회장 선거 지원서에는 1983년 3월 28일 개척했다고 기재) 1986년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 1988년 4월

qt.mylink.kr

 

대형 교회 문제의 본질은 자신이 개척했다는 이유로 혹은 운 좋게 대형 교회 담임목사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이유로, 교회를 사유화하고 극단적으로 과도한 금전적 이익을 취하며, 그 사유 체제 안에서 부목사들을 노예 부리듯 하는 것이지, 유튜브로 설교를 하냐 안 하냐가 이게 문제가 아닙니다. 은퇴목사의 문제는 은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교회에 권력 구도의 정점에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 그 은퇴목사가 유튜브를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목사들에게 부여된 허황된 권위를 해체하는 '탈권위화'의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대형 교회 출석교인은 모교회 담임목사 설교 외에는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강사조차 담임목사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인 경우가 많기에 새로운 메시지를 접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유튜브 플랫폼에 온라인 설교가 넘쳐나게 되었고 대형 교회 이름난 목사의 설교든,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선택된 처음 보는 목사의 설교든,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담임목사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가 전부인 줄 알았다가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민경설 목사의 설교를 유튜브로 들어보았는데, 저런 수준의 설교로 신도가 저만큼 모였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신앙적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담임목사들의 설교는 그 교회 교인만 시청할 뿐, 조회 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음식 먹는 영상으로도 수십 수백만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부목사들이 모교회의 종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단, 부목사들의 설교에 신앙적 감동이 있어야겠죠. 그들의 설교에 깊이가 없는데, 원로목사들의 설교를 없애버리는 것으로 유튜브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온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은퇴목사가 유튜브 설교를 중단한다고 하여 부목사들의 생계에 동전 한 푼이라도 더 주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은퇴목사의 유튜브 설교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한국 대형교회의 구조적 부조리의 한 증상일 뿐, 그것을 막는다고 하여 변화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김동호 목사 같은 사람은 교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온 사람입니다. 김동호 목사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 중에 세습과 정년 연장 등을 통해 교회 사유화를 강화하고 있는 대형교회 및 대형교회 목사들을 비판하고 있는 목사가 몇 명이나 있나요? 김동호 목사는 은퇴 전에도 설교와 저술 활동을 통해서, 은퇴 후에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정말 꾸준히 대형교회의 맘모니즘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소위 '원로질'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그가 대형 교회 비판하는 소위 '또라이질'을 하는 건 은퇴와 상관없이 칭찬받아 마땅한 '사역'입니다.(심지어 김동호 목사는 모교회로부터 당연히 받을 수 있었던 원로목사의 처우조차 자발적으로 포기했습니다)

 

은퇴한 개혁 성향의 스피커를 비판하기보다, 정년을 연장해가며 권력과 돈을 탐하는 사악한 무리들을 더 열심히 비판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요?

 

 


2022년 4월 5일, 내용 추가합니다.


 

 

위 글에 대한 옥성득 교수님의 입장을 전달받았습니다.
 
옥 교수님이 작성하신 글은 김동호 목사님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형 교회 개혁에 대한 방향성에 대하여는 저도 공감합니다.
 
피드백 주신 옥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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